264, 내가 바라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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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zahamuseum 댓글 0건 조회 3,824회 작성일 21-08-17 14:40
작가명 강기훈, 강병인, 권순왕, 금민정, 류준화, 박영근, 박지선, 서상익, 안두진, 윤석남, 임철민, 차규선, 황석봉, LEODAV
전시기간 2021-08-13 ~ 2021-09-26
휴관일 월요일
전시장소명 자하미술관
전시장주소 03022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자하미술관
관련링크 https://www.zahamuseum.org/ 1951회 연결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이육사의 ‘청포도’는 까마득한 그 시절, 필자가 빨간 밑줄을 쳐가며 입시 공부에 시달리던 그 지문 속의 한 문장으로 더욱 각인되어있는 시이다. 지문 옆에는 아마도 일제, 독립, 희망 같은 단어들이 줄줄이 필기가 되어 있었을 것이고 그 단어들은 이육사라는 한 인물과 시를 쓰던 이육사의 머릿속을 얼마만큼 상상해 볼 수 있게 했을까?


은유 속 소망을 노래했던 저항시인 혹은 일제의 독립투사의 모습 어느 한가운데 서 있는 이육사는 두려운 현실에 철저히 타협하고 침묵해야만 하는 ‘누구’를 대변하고 위로해주는 존재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이육사를 회자하는 이유도 사실 그가 절망과 아픔을 이야기하기보다 그것을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말하고자 한다는 이유일 것이고 그의 말과 행동들에서 조국의 독립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과 꿈같은 유토피아를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전시는 이육사를 기리고 찬양하고자 함이 아닌, 그를 진정으로 꿈꾸고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려 한다.


이육사는 “청포 입고 찾아온 손님”과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끝없이 그리워하고 염원했다.

나의 어머니와 나의 가족이 있던 고향을 그리워했을 것이고, 외롭고 절절했던 시대 속에서 함께 해줄 나의 편을 찾았을 것이고, 해방되는 어느 날의 내가 되어 그리운 이에게로 하염없이 달려가고 싶었을 것이다.


전시 <264, 내가 바라는 손님>에서는 이육사가 그토록 바라던 손님을 만나고자 한다. 그가 태어났던 고향 안동의 풍경을 통해 이육사의 어린 시절 속 그의 형제들과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육사의 생가가 이곳에 있었고 오솔길 산책로와 벼가 익어가는 계절이 있었을 것이다. 이육사의 어머니는 청포도 아래 웃으며 그를 반기고 아내는 푸른 하늘과 만개한 꽃 위에 앉아 담담한 모습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딸 이옥비는 어린 시절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아버지인 이육사를 추억하고 이육사는 딸을 추억한다. 이육사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고 그의 마지막을 도왔던 이병희는 다소 강인하고 묵묵한 얼굴로 이육사를 바라보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여행했던 경주의 풍경과 독립운동을 위해 머물렀던 중국 난징의 장면이 그의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때론 한 개의 별을 노래하는 문인의 모습처럼, 수많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매화의 모습처럼, 그곳에 또 한 명의 손님처럼 이육사가 있었다.


많은 수식어로 설명되는 이육사는 뜻밖에도 젊은 나이의 짧았던 삶이 얼마나 그토록 찬란했는가를 보여준다. ‘내 길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은 나 자신에 희생을 요구하는 노력’이라는 그의 선명한 글귀를 읽고 있으니 그와 함께 그가 바라던 손님을 기다리고 싶은 아득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많은 이들 또한, 그와 함께 ‘내가 바라는 손님’을 기다리고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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