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벽 드로잉-실루엣 / 안현곤展 / AHNHYUNGON /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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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5,917회 작성일 09-09-02 23:21
전시기간 ~
전시장소명

스튜디오 벽 드로잉-실루엣

안현곤展 / AHNHYUNGON / 安炫坤 / mixed media

2009_0902 ▶ 2009_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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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곤_스튜디오 벽 드로잉_100×100cm×30_2003~4




초대일시_2009_090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일상의 내밀한 기록에서 열린 상징으로 ● 안현곤의 이번 전시에 나타난 작업을 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벽화이다. 우리가 미술의 기원을 이야기 할 때 고대 동굴벽화를 예로 드는데, 미적 상상력의 표현 보다는 삶과 연관된 상황들,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필요에 따라 잉태된 것이다. 예술의 시작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 생존의 갈구, 풍족한 생활에 대한 기원 등 보다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안현곤의 벽화 역시 미적 상상력의 표현이 아닌 자신의 삶의 흔적들과 지나 온 시간에 대한 관조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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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곤_원_라이트 박스_100×10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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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곤_원-유혹_라이트 박스_100×100cm_2007


안현곤의 작업 세계는 독일 유학 이전과 이후의 작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은 단절을 의미하기 보다는 연속선상에 파악되어져야 한다. 이전의 작업들이 마치 빛바랜 벽화에서 보이는 희미한 문양들과 이미지들로 감성을 자극하였다면, 현재의 작업은 그러한 흐릿한 기억들이 현실화되어 부각되는 것이다. 잊혀진 시간에 대한 향수와 시원의 흔적들을 상상력을 통해 복원하는 이전의 작업과는 달리, 현재 작업은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기 보다는 현재의 시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흔적들을 자유롭게 기록한다. 유학 기간의 고독과 작업의 중압감에서 느꼈던 자기 자신의 존재와 실존에 대한 세밀한 기록이 이번 전시의 주요 테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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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곤_길_라이트 박스_50×8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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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곤_길II_라이트 박스_70×90cm_2007


그러한 기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가가 직접 캔버스를 자체 제작해 벽화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분말가루(토분, 석분, 동분, 철분)들을 물과 희석시키고 접착액 등과 여러 안료들을 혼합하여 만들어낸 균일한 크기의 캔버스들은 마치 벽화의 벽면처럼 보인다. 여기에 표면을 송곳으로 긁어내고 골지게 하는 형태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우연적이며 자연스러운 형태가 나타나는데, 그러한 소규모 균일한 벽면들이 서로 합쳐지면서 그 자체 하나의 커다란 벽면으로 나타난다. 시간의 기억을 담기 위한 인위적인 공간이면서도 벽면은 하나의 상징적 공간이 되는 것이다. 각 캔버스의 면에는 다양한 형태의 드로잉들이 자리 잡는다. 독일 지도에 여러 개의 선들이 그어지는데, 그 선들의 기착점은 안현곤이 독일에서 머물던 장소들이다. 그 시간의 기억들이 선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동심원 형태의 문자들은 고대 동굴벽화의 동심원을 연상시키면서 현재와 과거를 아우른다. 또 다른 화면에 나타난 독일어 문자들은 다양한 의미와 함께 그 자체 조형적인 요소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곤충이나 식물의 세부적인 이미지들이 나타나는데, 이것들은 전체적인 형태를 표현하기 보다는 일상의 기억 속에 각인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작가의 심상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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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곤_생각하는 나무_혼합재료_244×244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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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곤_생각의 연습_혼합재료_100×100cm_2008


이제 각각의 캔버스들로 모여 이루어진 벽면들은 다양한 형태들이 공존하게되는데, 이것은 작가의 심리적이며 정서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상징 공간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작가 자신이 머물던 흔적, 스쳐 지나간 풍경과 사람들 등, 자신의 기억을 통해 나타난 사물의 형태와 느낌들은 각기 다른 이미지들로 제 각각의 벽면에 고요히 숨쉬고 있다. 그러한 환원된 문자와 선들을 통해 작가는 세상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다양한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다. 타국에서의 경험이지만 기억의 끈에 의해 그 경험들은 현재에 살아 숨쉬게 된다. 이제 벽화 속에 각인된 이미지들은 단순한 주관을 넘어 공통감을 느낄 수 있는 객관적인 것으로, 또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상징적인 형태로 재배열되는 것이다. ● “작품은 나의 심상의 정경을 보여준다. 아주 먼 신화적이고 이야기적인 문학이나 아니면 다분히 나를 휘감는 어떤 정서의 유희적 표현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시간의 흔적들이 숨쉬는 무늬진 공간을 통해 정서적이며 상징적인 울림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초기의 작업들이 감성에 의존하는 심리적 공간을 탐구하였다면, 지금의 작업들은 개인과 사회적 공간이 공존하는 반성적인 사유를 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드로잉들은 은유와 상징의 밀도가 끊임없이 증가해가면서 일종의 개념적 사고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 개념은 분석적이 아닌 상대적으로 확장된 공간으로 향하고 있으며, 존재의 유한함과 무상함에 대한 시적 성찰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현곤의 벽면과 그 표면에 나타난 이미지들은 무한한 열린 공간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 김진엽 

[출처] 안현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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